키워드로 다시 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17일

1. 개회식: '이것이 한국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의 가장 큰 반전이라면 개회식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추운 날씨, 지붕 없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다사다난했던 국내 정치적 상황 등으로 많은 이들의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2월 9일 오후 8시, 개회식이 시작되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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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무대에 등장한 다섯 어린이와 웅녀 그리고 인면조. ©Getty Images


송승환 개폐막식 총감독이 밝힌 예산은 개폐막식 모두 합쳐 총 600억 원. 이 중 실제 콘텐츠 계획에 사용된 예산은 200억~300억 원이었다. 그는 ‘작지만 강한 나라, 한국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되기도 했다. 워낙 적은 예산으로 준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인 계획을 짜기 위해 고민해야 했고, 덕분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던 것.




2월 25일 폐회식장 상공에서 인텔의 드론이 그린 수호랑. 개회식 때 현장에서 드론쇼를 보지 못한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Getty Images



올림픽 오륜기 공개와 성화 점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인텔은 LED 조명을 장착해 제작한 드론 ‘슈팅스타’ 1,218개로 오륜기를 만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개회식의 드론쇼를 총괄한 인텔 드론 라이트쇼 책임자 나탈리 청은 "올림픽 개회식에 보여줬던 드론 쇼는 최초 시도로 한 번에 성공했으나 다양한 앵글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촬영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올림픽] 인텔 "개회식 드론쇼는 단 한번 비행으로 성공한 것" )

마지막 성화 점화를 담당한 김연아의 등장은 겨울동화 같은 개회식 무대에 가장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김연아가 연습한 시간은 고작 이틀. 김연아는 2월 10일 열린 개회식 기자회견에서 '성화대 아래에 준비된 작은 빙상장의 크기와 음악을 확인한 후 연습하기 시작한 것이 2월 5일 밤부터'라고 밝혔다. 그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면 강원도 평창이든,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이든 달려가 힘을 보태곤 했던 그였기에 누구보다 개회식 무대에 대한 감회가 새로웠을 터. 김연아는 “리허설 때는 별 감정이 없었는데 실전에선 울컥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에게 성화가 전달되기 전, 마지막 성화 주자가 정해진 것은 개회식 전날 밤. 송승환 총감독은 "유일하게 리허설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가장 많이 긴장했는데 (여자 아이스 하키 남북단일팀의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 두 선수가 잘해주어 가슴이 벅찼다"라고 이 순간을 회상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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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성화를 점화한 쇠기둥은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했던 굴렁쇠 30개로 구성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개최된 올림픽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Getty Images



뜻하지 않게 이슈의 중심에 선 출연자(?)도 있다. 다섯 어린이, 웅녀와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끈 ‘인면조’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인에게도 조금 생소한 인면조는 고구려 벽화와 백제 금동대향로 등에 등장하는 신비한 동물이다. 몸은 새, 얼굴은 사람의 형상이라 첫인상은 다소 기괴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그 강렬한 매력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인면조는 세상이 평화로울 때 나타나기 때문에 누구보다 ‘평화 올림픽’에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2. 한국 여자 컬링 돌풍: 우리는 모두 '안경 선배'의 '영미'였다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Getty Images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스웨덴에게 3대 8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컬링은 예선부터 이번 대회의 돌풍을 몰고 다니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예선전에서는 강호 스웨덴캐나다를 누르며 8승 1패로 1위를 차지했고, 준결승에서는 숙적 일본을 8대 7로 제압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많은 외신은 선수들의 성이 모두 '김'이라는 '미스터리'를 궁금해 하기도 했고, 스킵인 김은정 선수가 부르는 팀원 김'영미!'는 전국의 많은 '영미'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의미 있는 다소 생소했던 동계 스포츠인 컬링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있는 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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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관왕: 금메달 하나로는 부족해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성과다. 더군다나 금메달을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따내는 일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일은 아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두 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 무시무시한 ‘다관왕’을 소개한다.




프랑스바이애슬론 선수 마르탱 푸흐카드. ©Getty Images


프랑스바이애슬론 선수 마르탱 푸흐카드는 대회 첫 3관왕이다. 그는 바이애슬론 남자 12.5㎞ 추적 경기의 우승을 시작으로 15㎞ 단체출발, 혼성 계주(여자 2×6㎞+남자 2×7.5㎞)에서 우승하며 대회 첫 3관왕이 됐다. 앞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를 획득한 푸흐카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세 개를 추가함으로써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 통산 금메달 다섯 개를 획득, 프랑스 사상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요하네스 클라에보. ©Getty Images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는 새로운 황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왕국’ 노르웨이요하네스 클라에보.
클라에보는 이번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4㎞ 스프린트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남자 4x10km 계주, 팀 스프린트 프리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며 3관왕에 올랐다. 놀라운 점은 클라에보가 올해 21세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노르웨이는 클라에보 외에도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네 명의 2관왕을 배출했다. 헤그스타드 크뤼게르가 남자 15km+15km 스키애슬론과 남자 4x10 km 계주 우승으로 2관왕에 올랐고, 마르틴 욘스루드 순뷔도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와 남자 4x10km 계주를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라그닐트 하가. ©Getty Images


여자 선수로는 노르웨이 라그닐트 하가가 여자 10km 프리와 여자 4x5 k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철녀’ 마리트 비에르겐은 먼저 여자 4x5 k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 여자 30km 단체출발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대회의 마지막으로 2관왕에 오르는 동시에 동계올림픽 개인 통산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15개로 늘렸다. 2관왕을 차지한 여자 선수는 바이애슬론에서도 나왔다. 독일 로라 달마이어는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여자 10km 추적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일바이애슬론 선수 로라 달마이어. ©Getty Images


노르딕 복합에서는 독일 선수 두 명이 2관왕에 올랐다. 요하네스 뤼트체크에릭 프렌첼은 각각 라지힐 10km 개인전과 노멀힐 10km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단체전인 라지힐 팀 4x5 km에서 독일의 30년 만의 금메달 획득을 견인, 2관왕이 됐다. 남자 알파인 스키에서는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가 2관왕을 달성하며 올림픽과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히르셔는 이번 대회 복합(활강+회전)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대회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네덜란드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네덜란드키엘 누이스가 남자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2관왕에 올랐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일본다카키 나나가 여자 팀추월과 매스스타트를 석권, 2관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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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한국의 최민정이 2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반칙 판정을 받으며 실격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절대 강세를 나타냈던 여자 1,500m에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 유일한 2관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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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아이스 댄스의 전설’ 테사 버추-스캇 모이어가 자신들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캐나다에 금메달 두 개를 안겼다. 이들은 피겨 팀 이벤트에서 캐나다 팀의 우승을 견인한 데 이어 아이스 댄스 경기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결과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은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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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기록: 귀한 메달, 함께 나누면 기쁨 두 배



샬로테 칼라(스웨덴-은메달), 라그닐트 하가(노르웨이-금메달), 크리스타 파마코스키(핀란드 - 동메달), 마리트 비에르옌(노르웨이-동메달). ©Getty Images


2월 15일에 있던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 경기. 노르웨이마리트 비에르옌핀란드 크리스타 파마코스키가 25분 32초 4라는 동일한 기록을 내어 공동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19일에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 3·4차 주행에서도 특이한 기록이 나왔다. 독일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캐나다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가 동일한 기록으로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봅슬레이는 1~4차 주행의 기록을 합산하여 측정하는데, 그 합산 기록이 3분 16초 86으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동일했다. 이와 같은 진기록은 또 있었다. 올림픽 마지막 날인 25일, 봅슬레이 4인승 3·4차 주행에서도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의 한국 팀과 니코 발터가 파일럿으로 나선 독일 팀의 기록이 3분 16초 38로 일치해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와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캐나다). ©Getty Images




원윤종이 파일럿으로 나선 한국팀과 니코 발터가 파일럿으로 나선 독일팀이 은메달 시상대에 함께 올랐다. ©Getty Images



5. 실력뿐만 아니라 하늘이 허락해야 하는 이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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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스터 레데츠카는 각기 다른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오르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레데츠카는 여자 알파인 스키 대회전 경기에서 안나 베이트(오스트리아), 티나 바이라터(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자신의 주종목인 스노보드에서는 여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셀리나 요에르크(독일)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한 대회의 두 가지 종목에서 동시에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레데츠카가 열 번째이며, 알파인 스키스노보드를 동시 석권한 경우는 최초다.



6. 아름다운 이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오


4년 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은 결코 아무에게나 그 곁을 주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선수라 하더라도 부상이나 슬럼프로 인해 단 한 번도 올림픽 무대에 서 보지 못하고 은퇴하기도 한다. 또 어떤 선수는 선수 생활 내내 수 차례 올림픽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여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와 작별을 고하는 선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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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월드컵 81회 우승에 빛나는 본이지만 올림픽은 영광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안겨준 무대다. 본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훈련 도중 넘어져 부상을 입었고, 헬기로 후송돼 밤새 치료를 받은 뒤 이튿날 출전을 강행해 8위에 올랐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경기 도중 오른쪽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고도 활강에서 금메달, 슈퍼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전복 사고를 당해 부상으로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하지만 본은 좌절하지 않고 피나는 재활 훈련 끝에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자신의 주종목 활강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지만 알파인 복합에서는 회전 경기 도중 기문을 놓쳐 완주에 실패했다. 비록 자신의 바람대로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열정과 노력은 올림픽 역사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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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 역시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를 떠난다. 이상화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5위에 오르며 처음 올림픽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4년 뒤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같은 종목에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해 ‘빙속 여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상화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리는 사이 고다이라 나오(일본)라는 라이벌이 세계 1인자 자리에 올랐고, 이상화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주변의 기대와 우려 속에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는 결국 고다이라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라던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3회 연속 메달이라는 그에 못지 않은 업적을 이뤘다. 이상화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였지만 1~2년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뒤로 하고 스피드 스케이팅에 도전했던 박승희 역시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트랙을 떠난다. 박승희는 쇼트트랙 선수 시절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쇼트트랙의 여왕’이었다.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민하던 박승희는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했고, 결국 4년 만에 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로 설 수 있게 됐다.

박승희는 이번 대회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출전 선수 31명 가운데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그는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서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상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두 종목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7. 세대 교체: 윤성빈-두쿠르스, 레데츠카-린지 본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세월의 힘은 이겨낼 수가 없다. 그동안 열정과 노력을 다해준 노장이 떠나고 새로운 젊은 피가 그 자리를 채웠다. 먼저 여자 알파인 스키의 노장 린지 본(미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독보적인 실력과 뜻하지 않았던 부상 그리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지만 뜻밖의 적수가 나타났다. 바로 스노보더 출신의 에스터 레데츠카(체코)가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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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레데츠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커다란 포부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자신 또한 한동안 결과를 믿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했다. 기록이 잘못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서 곧 바뀌겠지 생각했다"고. 게다가 2위와의 기록은 단 0.01초 차이.

본은 “꽤 충격적이었다. 나도 레데츠카처럼 운동 신경이 뛰어나 이것저것 다 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스키만 잘타는데 그 종목에서조차 그녀는 나를 이겼다. 올림픽에서는 변수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이 그럴 자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올림픽은 분위기도 사뭇 다르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선수들은 좀 더 압박을 많이 받기도 하고, 그 전엔 본 적 없는 새로운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새롭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한국의 남자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 ©Getty Images


슬라이딩 종목에서는 남자 스켈레톤윤성빈마틴 두쿠르스(라트비아)를 빼놓을 수 없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이 매번 자신의 ‘우상’이라고 언급했던 선수로 ‘스켈레톤의 황제’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윤성빈이 1위를 차지하며 남자 스켈레톤의 판도를 바꿨다. 윤성빈은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마틴 두쿠루스 선수는 내게 언제나 전설적인 존재였다. 언제나 그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에 나에겐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그는 전설적인 선수이고 여전히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라고 자신의 우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라트비아의 남자 스켙레톤 선수 마틴 두쿠르스. ©Getty Images


8.
우리 유니폼이 제일 잘 나가


Fashion.Connected. 평창과 강릉에 어찌 열정만이 하나로 모였겠는가. 선수들의 멋스러운 패션도 한데 모였다.



아이언맨의 마스크가 그려진 윤성빈 선수의 헬멧. ©Getty Images




컬링 남자 노르웨이 팀이 화려한 문양의 바지를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Getty Images




컬링 남자 노르웨이 팀의 하트 모양 바지. ©Getty Images




"안경 선배!", 한국 여자 컬링 팀의 김은정 선수의 안경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Getty Images



9. 눈 깜짝할 사이, 메달 색이 바뀌다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판별할 수 없는, 시계에만 존재하는 시간. 간발의 차이로 메달의 색깔과 선수의 운명이 바뀌는 일은 올림픽에서는 비일비재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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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m 경기에서 한국의 ‘다크 호스’ 차민규는 14조 아웃 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첫 100미터를 9초 63으로 끊은 그는 올림픽 신기록인 34초 42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승리의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16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노르웨이하버드 로렌첸이 34초 41로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로렌첸은 차민규가 수립한 올림픽 신기록을 다시 깨면서 1위로 올라섰다. 두 선수의 기록 차이는 불과 0.01초였다. 로렌첸의 레이스 이후 네 명의 선수가 레이스를 펼쳤지만 금메달과 은메달의 운명에는 변함 없었다.

하지만 금메달의 운명을 타고난 선수들도 있다. 바로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캐나다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츠다. 이들은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4차 레이스 합계 3분 16초 86이란 같은 기록으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은 독일 팀이 먼저 레이스를 펼쳐 1위에 오른 상태에서 캐나다 팀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캐나다 팀이 결승선을 통과하자 시계가 빨간색도, 초록색도 아닌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기록이 같다는 의미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이탈리아 팀과 캐나다 팀이 똑같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나눠 가진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서 공동 금메달이 나온 순간이다.



봅슬레이 여자 2인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독일팀(가운데)과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팀(왼쪽)©Getty Images


이런 경우가 더 있다. 봅슬레이 여자 2인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마리아나 자만카-리사 벅위츠(독일)의 기록(3분 22초 45)은 은메달을 따낸 엘라나 메이얼스 테일러-로렌깁스(미국)의 기록(3분 22초 52)보다 불과 0.07초 앞섰다.

알파인 스키 여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프리다 한스도터(스웨덴, 1분 38초 63)은 2위 벤디 홀데너(스위스, 1분 38초 68)를 0.05초 차로 제쳤다.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에서 우승한 소피아 고지아(이탈리아, 1분 39초 22)는 라근힐트 모윈켈(노르웨이, 1분 39초 31)에 0.09초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시간을 계측하는 루지 종목에서는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데이비드 글라이셔(오스트리아)가 합계 3분 10초 702의 기록으로 2위 크리스 마즈드저(미국, 3분 10 초 728)를 0.02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준결승에서는 간발의 차로 결승 진출의 기회를 얻는 운명적인 순간도 있었다.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한국의 이상호 얀 코시르(슬로베니아)와의 준결승에서 경기 초반 0.36초 차의 열세를 맹렬한 막판 스퍼트로 극복했다. 이상호는 0.01초 차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0. 이토록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평창과 강릉 경기장 인근에 오픈한 '슈퍼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5~6만 명이 방문해 7~8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2월 17일 강릉 올림픽 파크의 슈퍼스토어는 하루 매출로 약 10억 원을 기록했다. 마스코트 라이선스 상품이 주를 이루는 슈퍼스토어는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의 인기를 반영한다. 이들의 뜨거운 인기는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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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평화 올림픽, 우리는 하나다

남북단일팀이 결성된 것이 1월 20일, 북한 선수들이 충북 진천선수촌에 합류한 것이 1월 25일, 남북단일팀의 역사적인 첫 골이 기록된 2월 14일 그리고 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과의 예선에서의 두 번째 골까지. 여자 아이스 하키 남북단일팀이 약 두 달 동안 달려온 길을 되짚어 보니 새삼 그 험난했던 여정에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진한 감동을 남겼다는 사실에 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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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는 모두 22명(3개 종목). 이들은 여자 아이스 하키 남북단일팀 외에 피겨 스케이팅 페어,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출전했다. 비록 눈에 띄는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남북단일팀이 만든 진한 감동은 전 세계인들에게 '하나된 한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북한 응원단의 열기도 뜨거웠다. 이들이 일사분란하게 같은 율동과 구호를 외치며 한반도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남한 국민들에겐 다소 생소한 풍경이었지만 응원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북한은 3월 9일부터 시작되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도 참가한다. 조지아, 타지키스탄과 함께 동계패럴림픽대회 첫 출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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