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이와 지원이가 ‘국민 반다비’ 되던 날

무려 294대 1. 대학 입시나 주택 청약 분양 경쟁률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통과하기 어렵다는 ‘국민 반다비’ 모집 경쟁률이다. 어느 ‘레어템’보다 구하기 어렵고, 뽑히기 힘들다는 이번 공모에 선정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회식 무대에 오른 김민정씨와 최지원씨를 만났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회식의 '국민 반다비'로 참여한 김민정(오른쪽)씨와 '국민 반다비'의 가이드로 같이 참여한 친구 최지원씨.©POCOG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의 국민 반다비로 뽑혔네요. 축하합니다!
김민정(이하 민정): 대학에서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관한 관심이 많았어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지 못해 아쉬웠던 차에 ‘국민 반다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어요. 그런데 정말 뽑힐 줄은 몰랐어요.
최지원(이하 지원): 민정이가 갑자기 저한테 전화해서 “언니, 우리 평창 가자!”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지난해 한 학기 동안 스포츠 사회학을 공부했는데 그중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접하면서 현장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였거든요. 저는 반다비 인형탈을 입은 민정이를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형광 핑크색 의상을 입고 퍼레이드에 참가하는데 옷이 너무 길어서 바지 밑단을 한참 접었어요(웃음).



김민정씨. ©POCOG




최지원씨. ©POCOG


직접 반다비 인형탈을 입어 보니 기분이 어땠나요.
민정: 저는 안에서 아무것도 안 보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보이고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얼굴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버티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저는 아르메니아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함께 퍼레이드에 참가했어요.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환영 인사도 하고요.
지원: 그런데 민정이가 인형탈을 잘 안 벗으려고 하더라고요. 인형탈을 벗으면 자기 얼굴 때문에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한다고(웃음). 다른 반다비 분들도 인형탈을 벗고 있을 때는 휴대폰만 보거나 얌전하신데 인형탈만 쓰면 자신감이 생기시는지 용감해지고 행동도 적극적으로 변하시더라고요.
민정: 반다비 인형탈을 입고 있을 때는 사람들이 다 좋아해 주는데 벗으면 그냥 다들 지나가더라고요. 선수들도 아무 반응도 없고(웃음).







현재 특수체육교육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가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민정: 맞아요. 저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막상 아이들을 만나 보니 너무 순수하고 가르치는 것도 훨씬 보람차더라고요. 사실 쉬운 공부는 아니에요. 교수님들도 수업 시간에 항상 ‘너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장애인 시설을 점검해 보라고 하시고요.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확인해 보면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속도도 너무 빠르고, 주차장 시설이나 건물 복도의 안전 바나 손잡이 등 시설면에서 아직도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이동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민정: 아이들과 바다를 간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저에게 ‘선생님, 바다는 무슨 색이에요?’라고 묻더라고요.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라 한 번도 색을 본 적 없는 아이였거든요. 저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요. 또 ‘바다는 얼마나 커요?’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한 번도 바다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대답을 잘 해주지 못했어요. 지금 다시 대답한다면, 글쎄요 그래도 답은 잘 모르겠어요.


©POCOG


우리가 장애인을 대할 때 어떤 예의를 갖추면 좋을까요.

민정: 학교에서는 ‘절대로 먼저 도와주지 말아라. 그분들도 스스로 할 수 있다.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먼저 도와주지 말아라’라고 배워요. 예를 들어 아이들도 충분히 혼자 물병을 열 수 있는데 선생님이 자꾸 도와주다 보면 나중에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그냥 열어 달라고 하거든요. 길에서 혹시 시각 장애인 분들을 만나면 덥석 잡고 도와드리는 것이 아니라 ‘저는 지나가는 행인인데 도와드려도 될까요?’라고 묻거나 ‘어, 여기 계단이 있었네?’ 하고 지나갈 수도 있고요.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길 바라나요.
민정: 일단 TV에서 중계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올림픽 때는 드라마까지 결방하면서 중계를 해줬는데 패럴림픽 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중계 시간이 너무 짧더라고요. 패럴림픽이 열리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일단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봤으면 좋겠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지원: 저도 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알고 나니까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나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경험조차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일단 알고 나면 올림픽처럼 관심도 높아질 텐데. 그래도 마스코트 반다비의 인기 덕분에 패럴림픽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서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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