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선수촌 식당 총괄한 최정용 셰프 인터뷰

“한식만큼은 정통으로 만들겠다고 고집했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금까지 올림픽을 치르면서 불만사항이 하나도 없던 적은 처음’이라고 극찬한 곳이 있다. 이곳에 만족한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선수단을 대표해 직접 감사를 표했다. 바로 평창 선수촌 식당이다. 이곳의 총괄인 신세계 푸드 메뉴개발팀장 최정용 셰프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그는 바흐 위원장이 ‘당신이 진정한 올림픽 셰프’라며 올림픽 배지를 줬을 때를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꼽았다.



평창 선수촌 식당 총괄 최정용 셰프 ©신세계 푸드



평창 선수촌 식당에 준비된 메뉴가 420여 가지라고 들었습니다. 할랄 음식도 한국무슬림협회의 인증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고요.
지난 밴쿠버 대회나 소치 대회 때의 메뉴를 봤는데 주로 양식과 그 나라의 음식으로 편중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월드 메뉴는 그대로 두고 아시안 음식과 한식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할랄 음식의 인증 과정은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한국무슬림협회에서 인증 받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배송부터 세척, 주방까지 철저히 분리해서 사용해야 하거든요. 협회에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기 어려운데 고맙다고 해서 그 또한 뿌듯했죠.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과 알레르기 유발 음식에 대한 준비도 철저했다고요.
저희 대회가 유일하게 피넛 프리(Peanut free) 식당이었어요. 땅콩이 들어간 음식이 전혀 없었죠. IOC와 메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국가에선 피넛 버터를 추가해달라고 했지만 혹시나 있을 알레르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거절했어요. 미국 국가대표팀의 영양 팀장이 유일하게 걱정하던 부분도 알레르기였어요. 특히 갑각류 음식에 예민해서 패럴림픽 때는 그릴과 오븐 등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수시로 들어오는 요청에 대해 빠르게 실행한 덕분에 불만 사항을 줄일 수 있었죠.



©POCOG




한국무슬림협회로부터 받은 인증서 ©POCOG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메뉴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단백질이 많은 육류와 피자, 햄버거, 파스타 그리고 한식에서는 비빔밥, 잡채, 김밥, 불고기입니다. 단일 품목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비타민 함량이 많은 과일입니다. 과일 소비량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 준비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도중에 냉동 과일로 교체할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로 했죠.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퓨전 한식이 아닌 정통 한식을 고집하셨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회가 끝나고 선수 및 관계자들이 각자 집에 돌아가서도 한식을 바르게 기억할 수 있길 바랐어요. 뭐니뭐니해도 입소문이 가장 좋은 홍보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메뉴를 선정할 때부터 비빔밥, 불고기 등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골랐습니다. 한식만큼은 정통으로 만들겠다고 IOC와 협의도 끝냈고요. 처음엔 선수들에게 비빔밥 먹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나중에는 알아서 서로 먹는 법을 가르쳐주며 한식을 즐기더라고요.



평창 선수촌 식당의 비빔밥 코너. ©POC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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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면 손님에게 음식이 나가기 전에 셰프가 맛을 보던데 이곳에서도 똑같은 과정을 거치나요.
메뉴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맛볼 순 없습니다(웃음). 다만 음식물 쓰레기통을 항상 확인하죠.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남겼는지 집중적으로 봅니다. 아무래도 남긴 음식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하루에 최대 약 1만 명이 식사를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올림픽 때는 하루에 두 통, 패럴림픽 때는 하루에 한 통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 한 통의 쓰레기도 대부분 과일 껍질이었고요. 특히 피자 테두리 부분은 남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웃음).

대회 최초로 유기농 채소를 제공한 식당이라고요. 식재료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식재료를 아끼는 것만이 최선이 아끼는 것만이 원가를 절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재료로 정말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뱃속에 가득 채우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원가 절감이죠.

혹시 패럴림픽 기간에 달라진 메뉴가 있나요.
다를 이유는 없죠. 모두 같은 선수들이니까요. 다만 패럴림픽 때는 한국 및 아시아권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서 한식을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올림픽 때 선수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더 얻기도 했고요.

시설 면에서 달라진 부분은요.
올림픽 기간에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이천 훈련원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의 영양사님께 조언을 많이 받았죠. 저도 직접 두 번이나 휠체어를 타고 식당을 둘러 봤고요. 일단 테이블 간격은 더 넓어졌습니다. 올림픽 때는 한 테이블당 의자가 여섯 개였는데 패럴림픽 때는 세 개로 줄였습니다. 휠체어를 탄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죠. 테이블 간격도 휠체어가 이동하기 쉽도록 2.5미터를 유지했고요. 배식대의 높이는 82센티미터에서 75센티미터로 낮췄습니다. 유제품도 가로로 진열하다가 패럴림픽 기간에는 세로로 진열했습니다.



유제품 진열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최정용 셰프. ©POCOG


메뉴 고민만 하기에도 벅찰 텐데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려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겠네요.
제가 올해로 셰프 경력 25년차입니다. 호텔에서 셰프로 일할 땐 요리만 한 것이 아니라 사업전략기획팀에서 신규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신세계 푸드에서는 메뉴 개발 연구소에서 일하며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혹시 앞으로 정해진 계획이 있나요. 가장 시급한 건 아무래도 휴식 같습니다만(웃음).
저희 덕분에 2020년 도쿄 대회 조직위원회와 2024년 베이징 대회 조직위원회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사업적으로는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르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케이터링 사업을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관련 백서를 만들어 앞으로 후배들이 일을 하는 데 도움도 주고 싶고요. 개인적으론 사흘 내내 잠만 자고 싶네요.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싶고요.

이렇게 직접 부딪히면서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다시 도전한다면 좀 더 수월하겠어요.
이 정도의 에너지를 또 다시 쏟아 붓기는 힘들 것 같아 두 번은 못할 것 같네요. 하하. 1월 2일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 쉬었거든요. 허리는 시리고 눈은 벌겋게 충혈된 지 오래됐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최정용 셰프와 대회 기간 함께 일한 직원들. ©신세계 푸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최정용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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